창업자를 위한 투자계약서 톺아보기1 : 경영사항 사전동의권과 협의권 (하)
전편에서는 주주간계약서 제5조가 어떤 결정에 투자자의 동의를 요구하고 어떤 결정에 협의를 요구하는지, 2026년 개정으로 동의 요건이 어떻게 완화되었는지를 보았습니다. 이번 편은 그 투자자와의 동의 또는 협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진행한 경우에 창업자와 회사가 어떠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 그리고 주주간계약 체결 전 유의할 사항들에 대해 다룹니다.
투자자의 동의나 협의 없이 의사결정을 진행한 경우 회사와 창업자의 책임
1. 회사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동의가 필요한 사항을 진행하거나, 협의사항을 3회 이상 협의하지 않고 진행하면 투자자는 회사에 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15조 제1항은 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 발생 사유 일곱 가지를 열거하는데, 그중 제5호가 동의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의사결정에 관한 근거입니다.
5. 제5조를 위반하여 투자자의 동의 또는 3회 이상 협의 없이 각 호 사항을 진행한 경우
협의 횟수는 제15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제5조 제2항만 보면 협의를 몇 번 해야 하는지 정해진 것이 없어 보이므로 협의 횟수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위 제5호가 3회 이상의 협의 없이 진행한 경우를 매수청구 사유로 들고 있으므로, 협의를 몇 회 하였는지가 실제 요건이 됩니다. 계약을 검토할 때든 실제로 협의를 진행할 때든 3회라는 협의 횟수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2. 창업자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한편 제15조 제2항은 회사가 아닌 창업자에게 직접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로 회사의 의무 위반에 창업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제15조제2항제1~4호)와 창업자가 스스로 주주간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제15조제2항제5호)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2항 제5호는 창업자가 주주간 계약상 스스로 준수 의무를 부담하는 조항을 열거하고 있고, 경영사항의 동의와 협의를 정한 제5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창업자가 동의나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의나 중과실을 불문하고 주식매수청구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②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회사에게 제1호 내지 제4호의 사유가 발생하거나 이해관계인에게 다음 각 호 사유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는 해당 이해관계인에게 본건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5. 기타 본 계약에서 정한 이해관계인 본인의 의무(본 계약에서 회사와는 별도로 이해관계인 스스로 이행할 책임이 있는 본 계약 제4조, 제5조, 제7조제2항, 제9조, 제10조, 제18조제2항 및 제3항, 제21조제3항의 의무를 의미한다. 이하 같다)를 위반한 경우
3. 주식매수청구에 따른 대금의 산정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 매수청구에 따른 매수대금은 당사자간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아래의 세 금액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정합니다(제15조 제3항). ① 1주당 발행가액에 납입기일 다음날부터 대금 지급일까지 연 12퍼센트로 계산한 금액을 더한 액수, ② 과거 1년간 최고 매매대금, ③ 합의한 평가기관이 산정한 본질가치입니다.
4. 의무 위반 자체에 대한 위약벌
주주간계약서에는 이러한 주식매수청구 외에 의무 위반 자체에 대한 위약벌 규정도 존재합니다. 회사에 관한 위약벌은 제16조 제2항, 창업자에 관한 위약벌은 제16조 제3항이 계약상 근거이고, 두 조항 모두 “주식매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와는 별도로”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하나의 의무위반에 관해 투자자가 주식 매수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위약벌까지 청구할 수 있어 책임이 무거우므로 미리 유의하여야 합니다.
한편,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성격이 달라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법원이 감액해줄 수 없으나, 의무의 강제로 채권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우면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됩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어느 범위까지 무효로 인정될지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추후 소송으로 다투기보다 계약을 쓸 때 액수를 조정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창업자가 주주간계약 협상에서 짚어볼 두 가지
여기까지 표준 주주간계약서의 문언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권고안이므로 당사자가 합의하면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창업자가 주주간계약 협상 과정에서 짚어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1. 동의 및 협의사항 관련 기준의 구체화
첫째는 동의사항과 협의사항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협의사항에는 수치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자산의 취득과 처분, 투자, 자금대여, 담보제공, 보증, 차입은 건당 전년도 자산총계의 5퍼센트 이상이거나 연간 누계가 10퍼센트 이상일 때, 급여는 각 임직원의 급여가 전년도보다 20퍼센트 이상 오를 때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예시일 뿐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자산총계가 작아 통상적인 지출까지 걸릴 수 있으므로, 운영상의 편의를 위해 비율을 높이거나 정액 기준으로 바꾸자고 제안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협의사항과 달리 동의사항에는 금액 기준이 없습니다. 동의사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므로 특정 항목 전체를 동의사항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우나 동의의 기준을 구체화하자고 제안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5조 제1항 제4호의 특수관계인 거래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문구대로라면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특수관계인 거래가 이에 해당하므로, 임직원 급여 또는 일정 금액 이하의 거래에 관해서는 사후 통지로 갈음하는 방안을 제안해볼 수 있습니다.
2. 동의·협의 절차의 사전 합의
둘째는 동의와 협의를 어떤 절차로 거칠지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시행일 2주 전 통지는 자금 조달이나 핵심 인력 채용처럼 일정이 촉박한 안건에서 지키기 어렵습니다. 긴급 안건의 단축 절차를 함께 넣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표준계약서는 투자자가 회신하지 않은 경우의 효과를 정하지 않았으므로, 기한 안에 회신이 없으면 어떻게 할지도 문언으로 정해두어야 합니다. 협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15조에 따른 3회라는 횟수는 매수청구 발생과 관련하여 정해진 기준이나, 정확히 어떤 절차를 거쳐야 협의인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협의의 방식과 횟수를 세는 기준을 계약에 함께 적어두면 나중에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FAQ
Q. 자금 사정이 급해 협의사항인 차입을 먼저 실행하고 나중에 통지했습니다. 협의 절차 위반인가요?
A. 협의절차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제5조 제2항은 사전 협의를 요구하므로 실행한 뒤에 알리는 것으로는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통지만 하고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면 제15조 제1항 제5호의 주식매수청구 사유에 해당할 여지도 있습니다. 자금 사정이 급한 상황은 반복될 수 있으므로, 긴급 안건의 협의 단축 절차를 계약에 미리 넣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투자자 동의 없이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그 증자가 무효가 되나요?
A. 증자 자체는 유효합니다. 동의권은 계약상 권리여서 이를 어겨도 상법상 행위인 증자의 효력에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이는 주주간계약 위반이므로 투자자는 제15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회사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으로 창업자에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투자자가 회사에 대하여 매수청구 하였는데 회사에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없다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창업자에게 제15조 제2항의 사유가 없다면, 즉 회사의 의무 위반에 창업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고 동의나 협의 절차도 지켰다면 창업자가 주식을 직접 매수할 의무를 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18조 제2항은 창업자가 회사의 대주주나 임원으로서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 매수에 성실히 응하도록 업무를 집행할 의무를 지웁니다. 이익이 모자라면 제18조 제3항이 준비금 감소처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합니다. 즉, 회사가 해당 주식매수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창업자가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매수청구 사유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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